밥 먹었니?

“밥 먹었니?”

1990년 11월 19일 토론토 피어슨 공항 1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그 후 1분에 1불 하던 국제전화를 부모님께 드리면 걱정 섞인 음성으로 반드시 묻는 질문이 “밥은 잘 먹고 다니니?”하고 묻습니다. 한 번씩 금식기도 할 때 말고, 먹기 싫어서 안 먹을 때 말고, 먹을 양식이 없어서 굶은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언제나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것은 전쟁을 겪고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을 지낸 부모님의 인사입니다. 물론 아직도 가까이 북한 동포를 비롯해 지구촌에는 제대로 밥을 못 먹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용할 양식에 부족함이 없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별일 없니?”

제가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어른들의 문안인사는 “밤새 안녕하셨습니까?”였습니다. “아침식사 했습니까?”와 비슷한 인사입니다. 일제식민지와 6.25전쟁, 뿐 아니라 각종 전염병을 경험했던 분들은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했습니다. 백일을 기념하고 돌을 아주 중요하게 기념했습니다. 우리 부모 및 조 부모 시대에는 아이가 태어나서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 하루하루 별일이 없는 것이 기적이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구약성경 룻기를 보면 보아스와 일꾼들 사이에 주고받는 문안인사가 나옵니다. 먼저 보아스가 일꾼들에게 “여호와께서 너희와 함께 하시기를 원하노라(The LORD be with you!)”합니다. 그러자 일꾼들이 보아스에게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복 주시기를 원하나이다(The LORD bless you!)”라고 화답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자신이 복을 주듯이 그냥 “복 받으세요.”하는데, 히브리인들의 인사말에는 복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께서 복 주시기를 축복합니다. 인사말에도 신앙이 묻어있습니다. 성도의 마음에 꼭 있어야 할 인사입니다.

“은혜와 평강”

신약성경에서 바울서신의 문안인사는 거의 “하나님 우리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입니다. ‘은혜와 평강’은 하늘과 땅의 모든 좋은 것을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우리의 영혼과 육신에 필요한 모든 좋은 것이 하나님 아버지와 예수님께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말합니다. 은혜와 평강을 빕니다.

“수고 많죠?”

어느 목사님은 내게 전화하거나 만날 때마다 “수고 많지요?”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 별로 수고한 것은 없지만 마음이 즐겁습니다. 뭔가 위로 받고 응원 받는 느낌입니다. 나도 요즘 수고하시는 여러분을 보면서, 그런 문안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동행 방송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성경공부 가르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참여하시고 공부하시느라 벧엘성도 여러분 수고 하셨습니다! 조용히 교회 화장실 청소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알고 보면, 인생은 수고입니다(시편 90:10). 그런데 어떤 사람은 헛된 수고를 합니다. 그런 인생은 참 불행하고 가련합니다. 그러나 주님을 위한 여러분의 수고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고린도전서 15:58). 일제 식민시대 및 6.25 전쟁의 아픔을 겪고 한 생애를 교회를 위해 수고하신 어르신들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