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는? 달력이 한 장 남았습니다. 2021년도 새해 달력을 식품점에서 받아왔습니다. 당황스럽고 어색하고 긴장하며 살았던 2020년도가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갑니다. 올 한 해는 건강이 우리 삶의 화두였던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하여 가족들의 건강을 특별히 챙기느라 엄마들의 마음이 분주했을 것입니다.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부자유로움도 마다 않고 방콕 생활 적응의 힘든 시간도 보냈습니다. 손을 얼마나 씻었던지 이제는 습관이 되어 집에 돌아오면 자연스레 세면대로 향합니다. 바이러스로 건강을 지킨다고 집에 안주하니 오히려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배가 나오고 다리에 힘이 빠지고 허리가 아프고 당뇨, 콜레스트롤, 고지혈증, 간수치, 혈압, 심장질환, 공황장애 등. 하나를 지키려고 하면 하나가 안 좋아지니 참 어렵습니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열심히 걷고 있습니다. 걸으면서 웃음이 나옵니다. 의사 말은 참 잘 듣는구나! 주님이 잔소리 하시는 것 같아 애교를 부리며, ‘좀 봐주세요, 주님 말씀도 잘 들으려고 노력 더 할게요!’ 라고 마음속으로 대꾸를 했습니다. 동시에 잘 좀 봐달라고 기도를 하며 걷습니다. “주님, 오늘도 저의 호흡을 지켜 주시고, 심장을 지켜주시고, 무릎을 지켜 주시고, 폐를 지켜 주시고, 똥꼬도 지켜 주시고, 눈 코 입 귀 손 발도 지켜 주시고….” 몸을 55년 넘게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낡아서 여기저기 고장 신호가 나니 주님의 지켜주심을 간절히 구할 때가 된 것입니다. 나는 어디에 있다가 이 지구에 왔을까요? 내가 이 세상에 최초로 등장한 시점은 나의 아버지의 몸을 통해서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씨가 엄마의 밭을 만난 후 어마어마한 세포분열을 통해 아기가 되고 이 세상에 나와서 점점 자라 25세가 되면 신체적으로 성장의 정점을 찍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다 자란 몸을 조금씩 갉아 먹으면서 평생을 살다가 더 이상 사용할 에너지가 없어서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죽습니다. 사람이 죽어서 흙이 되기까지 10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10년 후에는 두개골과 엉치뼈 정도밖에 안 남습니다. 그것도 곧 사라져 버리지요. 요즘은 1시간이면 한 줌 가루가 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무(無)에서 유(有)로 살다가 이름 하나 남기고 다시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 이름마저도 얼마 못 가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면 나의 흔적은 이 지구상에서 깨끗하게 지워지는 것이죠.

어렸을 때 이 맘 때가 되면 어머니가 솥에다가 감자를 삶아 대접에 담아, 숟가락으로 으깨 설탕을 듬뿍 넣어서 6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먹던 생각이 납니다. 엊그제 같은 그 날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참 그립습니다. 부모님 두 분이 우리 곁에 안 계시니 그립습니다. 4형제야 언젠가 다시 모여 감자를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요, 그거 아세요? 두 분이 가신 곳이 무덤 아래 한 줌으로 끝이 난 생애가 아니기에, 그리움은 다시 소망으로 바뀝니다. 천국에서 감자가 아닌 하늘의 영광스러운 떡 잔칫상으로 함께 참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 건강을 지키느라 수고하셨다면 2021년도는 영혼의 건강, 즉 믿음의 부요를 위하여 더욱 기도하는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님이 기억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