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Kindness)

구정이라고 카톡이 분주했습니다. 카메룬에 선교사로 나가있는 친구에게서 구정이라고 카톡이 오니 아직 한국 사람들은 구정 명절이 의미가 큰가 봅니다. 아 옛날이여~~ 어릴 적 구정 때가 되면 어머니하고 떡 가래 하러 방앗간을 가곤 했습니다. 기계를 통하여 나오는 떡 줄기(?)를 보면 신기했었습니다. 집에 오면서 손등 터진 손으로 호호 불면서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요. 고향 생각이 났던 하루였습니다. 오래 전에 한국에 갔을 때 분식집에 한 번 들렸던 적이 있습니다. 못 보던 글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물은 셀프’라고 써 붙인 글입니다. 한국어 말고 영어가 혼연일체 되어 버젓이 빨간 글씨로 써있습니다. 캐나다에 사는 덕분에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그런데 한 탈북자가 처음 본 ‘물은 셀프’를 보고 주인에게 ‘다른 물은 없습네까?’ 라고 여러 번 물었다고 합니다. 한 참을 웃었습니다. 아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또 과일 가게 가서 처음 사과를 사면서 깎아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여기서는 안 깎아준다고. 흥정을 하는 것인데 과일 껍질을 깎아 달라는 말로 서로 이해가 달랐던 것입니다. 어느 어머니가 택시를 타고 어디를 가며 아들은 뒷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고 조수 석에 앉아 가던 어머니가 목적지가 다와서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만 죽이라’ 택시 운전수가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그 말은 북한에서 게임기 끄고 내릴 준비 하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만 죽이라’ 뜬금 없이 한 마디 없다가 내리기 전에 그렇게 말하니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하여튼 ‘물은 셀프’라는 말이 맨 처음 생기게 된 이유는, 분식점은 음식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종업원의 숫자를 줄이다 보니 손님들이 밀려들면 미처 물을 가져다 줄 수 없어 기다리던 손님이 직접 물을 가져다 먹던 것이 그만 ‘물은 셀프’가 되어버렸을 것입니다. 그러면, 가게 안에 손님이 한 둘이거나 종업원이 여유가 있을 때는 물을 가져다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특히 주인은 카운터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돈만 받지 말고, 손님을 주인이 맞이하면서 물을 대접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 예절입니다. 물을 가지고 와서 “뭘 드시겠습니까?” 하고 물어야 하는데, 저쪽에서 먼산을 바라보며 “뭐 주문하실래요?” 하거나 손님이 먼저 뭐 먹겠다고 말하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물 대접’이 바로 인사인 나라입니다. 그래서 어느 집이 아주 야박하면 ‘물 한 모금도 안 주더라니까…’ 하고 말합니다.

그 생각을 하다가 교회를 봅니다. ‘친절은 셀프 입니다’로 가고 있지는 않는가. 교회는 친절한 곳이어야 합니다. 죄인이 오는 곳입니다. 용서 받은 죄인이 오는 곳입니다. 한 주간 세상에서 믿음을 지키기 위하여 애를 쓰다가 지친 모습으로 오기도 하는 곳이 교회입니다. 그래서 서로 친절해야 합니다. 친절의 출발은 미소입니다.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는 그 한 순간이 얼음 같은 마음을 녹여주게 됩니다. 째려 보면 기분도 안 좋고 자꾸 오해를 합니다. 아래 위로 훝어 보면 그 교회에 절대 안 갑니다. 교회 문을 열고 들어 올 때 웃어야 교회입니다. 예배 드리며 얼굴을 마주보게 되면 미소 지어야 합니다. 미소를 찾기 힘든 무정한 세상에 교회에서라도 미소를 만나야지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이 찾는 교회는 친절한 교회일 것입니다. 친절로 무장하여 하나님이 보내시는 지친 영혼들을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품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물은 ‘셀프’가 아닙니다. 물은 ‘워터'(water)입니다.

친절은 ‘셀프’가 아닙니다. 친절은 그리스도인(Kindness)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