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2일

작금의 현실로 인하여 오랜 기간 대면하는 만남이 어려웠습니다. 상황
이 호전되어 식당이 문을 여니 만나서 함께 음식을 나누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되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보고 싶었던 얼굴들을 예배시간에
마주 대하니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옵니다. 소수보다 다수가 모여 찬송하
니 그 소리가 예배당 천장을 뚫고 하늘 보좌로 올라가는 듯한 전율도 느끼게
됩니다. 아직 델타변이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환경이지만 속히 전염병으로
부터 자유로운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근래에 사람들을 만날수록 드는 한 가지 생각은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고 싶
어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중요한 회의가 있었는데 보통은 업무 후에 바
로 해어지기 일쑤인데 그 날은 Parking Meeting이라고 다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
이 마음속에 가득한데 어디에 쏟아 놓을 곳이 마땅치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업상 남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상담가, 심리치료사, 신경정신과의사 등)
도 있지만, 이민 사회에서 언어의 장벽이나 재정적 어려움 없이 도움을 받을
데가 녹록하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소그룹 안에서 소통과 공감이 잘 이루어
질 때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러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면 종종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게 되어 정작
말을 해야 할 사람이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저
는 가능한 말하고 싶은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미소 지어주는 그런 사람
으로 살고 싶습니다. 내 청력이 남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아는 선배 목사님 한 분은 가끔 안부 차 연락을 드리면 한 번 오라고 집
으로 초대를 참 잘하십니다. 그래서 찾아 뵈면 자신의 이야기 보다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셔서 그곳은 종종 사랑방이 되곤 합니다. 이렇게 우리
교회가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잘 들어주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까지도 잘 들어주는 교회! 아이들이 뛰어 다니며 서로
를 챙기고 부르는 소리를 흐뭇하게 들어주는 교회! 아프고 힘들어 신음하는
소리를 잘 들어주는 교회! 하나님이 주신 복을 기뻐하며 감사하는 소리를 시
기심 없이 잘 들어주는 교회! 때로는 잘난 척 하는 못난 소리까지도 너그럽
게 들어주는 우리 교회이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그러 하시거든요!

기왕 말 나온 김에 목사들 이야기들도 좀 들어주세요! 너무 분석하고 판
단하면 말하는 것이 힘이 듭니다. 저조차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것을 알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 손 놓지 말고 노력하는 저희 모두가 되기를 기도합
니다. – 노득희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