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국, 서지연 선교사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 한 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 마태복음 1:23 –
러시아 바로네즈 2021년, 희로애락 그리고 임마누엘
작년 3월 18일부터 시작된 코로나 19는 사역과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함께 한 귀한 동역자 안드레이 목사님은 ‘영양궤양’이란 병명으로 치료가 시급해 현재 모스크바에서 집중 치료 중입니다. 바로네즈 벧엘교회 창립 멤버로 지난 28년간 반주자로 섬긴 리지아 성도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위해 상뜨 뻬쩨르부르크로 떠났습니다. 올 봄에는 예까쩨리나 성도님이 하늘 나라로 가셨는데, 코로나 시국에 임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신앙 생활하던 스베따 성도는 반신마비 증상으로 누워있습니다. 추석 다음 날인 9월 22일, 13년 동안 저희 가족의 친할머니가 되어주셨던 김 라이사 성도님이 하늘 나라로 떠나셨습니다. 2주 전 주일에 전도대상자를 위한 기도 부탁과 신앙 상담을 나눴던 갈리나 성도와 가족들은 현재 코로나 19 확진을 받고 치료 중입니다.
제한된 불편한 일상과 축소되는 사역을 안타까워 할 겨를도 없이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견뎌야 하는 성도님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현재 저희가 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이며 사역입니다.
오랜 시간 소식을 전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유난히 많은 희로애락과 마주한 2021년, 이를 통해 겸손과 순종을 배웁니다. 임마누엘, 격려와 위로가 되는 이 이름에 감사하며, 지난 시간들을 오랜만에 함께 나눕니다.
러시아 바로네즈 2021년, 코로나와 공존 선택
오늘 현재 바로네즈 코로나 19 확진자는 14만 명입니다. 그러나 코로나와 공존을 선택한 이 도시는 계속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소식 속에서도 마치 코로나가 끝난 분위기입니다. 지난 9월 1일 지식의 날을 시작으로 모든 학교가 개학을 했습니다. 전면 대면 수업입니다. 27일이 지난 시점에 우려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많은 초,중,고등학생들 중에 코로나 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바로네즈 일부 학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전환했습니다. 올해 10학년 재학 중인 예희반도 3분의 1의 학생들이 결석 중이지만, 여전히 대면 수업을 감행 중입니다. 코로나 19 대처에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러시아인들과 함께 살면서 다양한 생각들이 듭니다. 저희 가족은 금년 여름 미성년자인 예희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스푸트닉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모두 강건합니다. 가장 큰 감사입니다.
러시아 바로네즈 2021년 모든 사역, 은혜와 감격
바로네즈 벧엘교회 사역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정기 모임은 주일 오전 예배가 전부이지만, 함께 예배 드림 그 자체가 큰 은혜입니다. 다시 주일 오후 예배와 수요 예배, 토요 기도회와 소그룹 모임이 회복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9일에는 새학년을 시작하는 자녀들을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 처음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말리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알리시아, 중학교에 입학하는 마르크와 안젤리나, 바짐, 크리스찌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야라와 예희, 그리고 대학생이 되는 송희와 환희를 위해 온 성도들이 기도했고, 준비한 선물을 나눴습니다.
10월은 추수감사절과 교회창립기념일이 있는 달입니다. 1년 중 가장 역동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던 시간들입니다. 작년에는 전혀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방역 규칙을 준수하면서 소박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10월 3일에는 추수감사절 예배를, 10월 9일에는 성찬예식, 10월 17일에는 교회 창립주일을 맞아 입회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올해 입회식에 참석할 성도들은 일로나, 김갈리나, 이갈리나, 아이다, 비탈리 성도입니다. 어려운 시국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임마누엘 신앙으로 살아가는 성도들의 삶과 가족, 건강을 위해 늘 기도 부탁 드립니다.
바로네즈 벧엘교회의 종교부지 전환 건은 아직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지난 해 교회의 토지용도 변경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신청한 이후 수 차례의 재판이 진행되었고, 금년 5월에 법원의 판결이 났습니다. 종교부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판결이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서류를 준비하여 6월에 토지관련 기관에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과거 교회 건물을 등록했던 도면과 최근의 측량이 서로 다르다며 등록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종교부지로 등록이 되어 더 안정적으로 선교사역을 할 수 있도록 특별한 기도를 부탁 드립니다.
러시아 바로네즈 13년과 축복된 ‘떠나보냄 ‘
5살, 2살에 유치원 앞마당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던 아이들을 차에 태워 비행기로 9시간, 기차로 12시간을 달려 바로네즈에 도착한 것이 13년 전입니다. 올해 6월 송희, 환희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러시아 고등학교 졸업식은 크고 화려했습니다. 송희와 환희는 무대에서 졸업생을 대표해서 축하 공연을 펼쳤습니다.
이송희는 모스크바 대학교 의대에 입학했습니다. 8월 말에 모스크바로 떠났습니다.
이환희는 모스크바 바우만 공과대학 우주공학과에 입학했으나, 오랜 고민과 기도 끝에 한국 대학으로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현재 한국 대학 2곳에 합격했고, 2개 대학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 생활 적응과 군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9월 24일 한국에 도착, 현재 정읍 고모댁에서 자가격리 중입니다. 감사함으로 송희와 환희를 떠나 보냈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학업 적응과 강건함 위해 계속 기억해 주시고 기도 부탁을 드립니다.
올 여름에 러시아 남쪽 카프카스 지역 교회의 초청을 받아 저희 부부는 수련회 강사로, 자녀들은 통역 도우미로 섬기고 왔습니다. 그곳에서 깻잎 씨를 얻어왔고, 정성스럽게 심었습니다. 흙에 숨겨있던 씨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이더니 이렇게 자랐습니다. 지난 13년, 최선을 다해 씨를 뿌렸습니다. 깻잎은 두어달이면 싹이 나는데, 복음의 씨앗은 참 오래 걸립니다. 코로나 시국에 지친 저희를 깻잎이 위로합니다. 다시 파릇 파릇 일어나겠습니다.
2021년 9월 27일, 러시아 바로 네즈에서 이성국, 서지연, 송희, 환희, 예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