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용 목사
정녕 몰랐습니다
내 어머니에게도 가슴 아픈 첫사랑의 추억이 있다는 사실을.
정녕 몰랐습니다
내 아버지에게도 젊은 시절 큰 꿈이 있었다는 것을
정녕 몰랐습니다
어머니에게도 지치고 힘든 때가 있어 쉬고 싶을 때가 있다는 걸
정녕 몰랐습니다
아버지도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소시민적 욕망이 있었음을.
정녕 몰랐습니다
아버지가 영웅이 결코 아니며
어머니는 만능이 아니란 사실을
달리면 지치고, 칼에 베이면 피나고, 슬프면 울음 운다는 사실을.
정녕 몰랐습니다.
경운기에 치인 상처로 끙끙 앓으면서도 자식 등록금 때문에
아프지 않다며 마른기침 쏟으시던 아버지의 말이 거짓인 줄을.
정녕 몰랐습니다.
자장면을 한 그릇 시켜놓고 단무지만 집어 먹으면서도
금방 먹어 배부르다는 어머니의 말이 거짓인 줄을.
더운 생선을 발라 숟가락에 얹어주시며
잔칫집에서 많이 먹고 왔다는 어머니의 말이 새빨간 거짓인 줄을
정녕 몰랐습니다.
자식놈은 남에게 뒤질세라 최고 좋은 것을 해주면서도
당신은 시장에서 값싼 옷 한 벌 살 때도 벌벌 떤다는 사실을.
정녕 몰랐습니다.
곁길로 나가는 아들을 하나님께 맡기며
깊은 밤, 홀로 울며 기도하던 어머니의 마음을.
아이의 부모가 되고서야 비로소
이런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정녕 몰랐습니다.